지팡구 상인들

일본 대학, 일본 취업, 그리고 일본에서 자리잡기

지팡구의 무역상인 2020. 12. 3. 20:37

최근 몇 년간 일본으로 취업을 오시는 후배님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조금 과장해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제가 일본회사로 취업할 당시(대략 12년전)에는 일부 IT관련 직종으로의 취업자가 있었지만, 일본의 제조업, 서비스업과 같은 직종으로는 케이스가 거의 없었습니다.

간혹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시는 한국인들은, 일본으로 유학(대학, 혹은 대학원)오신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드물게 미국에서 유학하시고 글로벌회사의 일본지사로 파견? 오신 경우가 있었습니다.

워낙 드물었던지라, 저와 몇몇 한국인 입사동기들은 일본 언론과 여러차례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저같은 경우엔 NHK시사프로에 5분정도 단독으로 나오기도 했었죠... PD가 기념으로 준 방송녹화 CD라 몇 차례 이사하는 중에 없어져 버렸네요..) 

 

지금은 아시다시피, 일본의 고용난(취업난 아님)으로 인해 해외인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급증하고 있습니다.

출처 : 동양경제

일본 기업들은, 일본인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동양인들의 관습(이라 쓰고 몸에 익은 습관)을 고려해서, 문화적으로 동질성인 높은 동아시아인(중국, 한국, 대만, 태국, 베트남 순)을 서양인들보다 선호합니다. 실제로 제 동기들, 후배들의 경우를 보아도, 동양인들은 답답하지만 수년을 묵묵히 버티지만, 미국, 유럽 친구들은 길어야 3년, 짧으면 1,2년 안에도 퇴사를 하는 경우가 현격히 많았습니다.

 

각설하고, 일본회사에 다니는 장단점에 대해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바로 들어갑니다. (개인적인 의견임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점

1. 사람을 키운다.

직종별, 직무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입사후 몇년간 사원교육에 공을 많이 들입니다. 특히나, 일본대기업들은 입사후 3년 정도를 교육기간으로 보고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며 사람을 키웁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간 사수를 붙여서 신입사원을 케어하게 하는, 도제식 교육을 합니다. 입사후 2년차 정도부터 실무에 바로 투입되는 한국 대기업과 비교해서, 일본기업에서는 어느정도 업무를 리딩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는데 까지는 3년차, 내지는 5년차 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업무를 맡겼다고 해서 새파랗게 어린 친구들에게 책임을 주지는 않습니다.

이런 3년차, 5년차 사업을 중견사원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직에 있어서 허리라는 의미입니다. 신입사원 - 중견 - 관리자의 중간 허리이지요. 참고로, 일본회사에서는 과장부터 관리직이라고 하는데, 직원들은 관리하기 시작하는 직위이므로, 더불어 책임을 뭍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회사에 따라,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입사후 10년에서 15년 정도가 걸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중견사원은 관리직이 되는 중간수준인데, 일본회사들은 관리직이 되면 이제야 1인분(一人前)을 한다고 봅니다. 이제 회사입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본전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사원때와 비교하여 현격히 업무강도(라고 쓰고 책임)가 세집니다.

전형적인 인재육성 모델

2. 원한다면 장기근속이 가능하다.

제가 여러회사의 임원들(한구회사로 치면 최소 대기업 상무이상급)께 들은 바로는, 첫 5년은 투자고, 10년차까지는 본전이고, 이후 10년동안 회사에 돈 벌어주고, 이후 10년은 오히려 직원들이 회사에서 돈 벌어가는 구조입니다. 한국은 40대만 되어도 퇴직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만, 일본 샐러리맨들은 아직은 50까지는 별 걱정없이 잘들 버티십니다. 능력과 인내심에 따라서는 충분히 65세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용난 때문에 70세까지 일하게 하자는 얘기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동양경제

 

3. 중간만해도 된다.

일본회사를 논하자면 연공서열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죠. 연공서열제는 연차가 올라감에 따라 연봉과 직위가 올라가는 제도입니다. 제 아무리 수퍼에이스라 하더라도 각 단계별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근속연수가 정해져 있어서 초고속 승진은 제도적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제가 가까이에서 본 어느 선배분(동경대 출신 + 회사에서 MBA보내줌 + 싱가폴주재원 파견다녀옴)의 경우, 그 동기들보다 1년 빨리 과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참고로 이정도면 사내에서 상위 0.1%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둔재라도 연차가 차면 자연스레 관리직까지 승진합니다. 늦어야 2년, 더 대단한 경우에도 3년이 더 걸릴 뿐입니다. 그리고, 일단 사원급이든, 관리직이든 사고만 치지 않으면 정년까지 무탈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중간만 하면 되기 때문에, 원한다면 워라밸이 실현가능한 것이죠.

 

 

단점 - 장점의 반대

1. 인재를 죽인다.

모든 신입사원을 동일한 수준의 관리직급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반대급부로 특출난 인재나 특이한 인재에게는 그야말로 받아들이기 힘든 여건이 조성됩니다. 천편일률적인 업무 메뉴얼과 규경, 그리고 육성단계별로 부여되는 업무수준과 권한, 여기에 더하여 일본 특유의 유연하지 않은 조긱문화. 진짜 21세기형 인재들에게는 버티기 힘든 완벽에 가까운 환경이 되는 겁니다. 제 동기들의 경우에도, 해외유학파(미국 명문대)나 국내 명문대(동대, 쿄대, 게이오,...) 출신의 경우들이 수 년 내에 이직하는 것을 굉장히 많이 목격했습니다.

 

2. 내 미래가 바로 내 눈앞에 있다.

한국기업들은 샐러리맨들이 파리목숨이기 때문에, 다들 나름의 동기부여들이 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당장 때려치우고 사업해야지' '목숨걸고 일해서 임원이 되어야지' '전직,이직해서 커리어를 쌓아야지' 등등, 다양한 구상(이라 쓰고 X상)이 가능하고, 또 어쩔 수 없이 해야하지요.

하지만, 일본 샐러리맨들은 나쁘지 않은 고용환경과 연봉, 장기근속이라는 그야말로 나쁘지 않은 조건이기 때문에 30년후가 예상이 가능합니다.

굳이 힘들여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필요가 없죠.

10년후의 모습은 과장님을, 20년후의 모습은 부장님을, 30년후의 모습은 사업부장님을 한번 쳐다보기만 하면 알 수 있으니까요.

신뢰수준95% 오차범위+/-3% 수준으로 충분히 예상이 가능합니다.

성취와 목표달성에서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잔인한 것이 없을 겁니다.

 

3. 행복한 가족, 그리고 30년 인생. ft 집한채 

일본 샐러리맨의 전형은, 만화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아빠입니다.

짱구네 집은, 도쿄 인접한 현인 사이타마(한국의 수도권 위성도시?)에 위치하고, 네가족이 오손도손 살 수 있는 정도의 단독주택입니다. 짱구아빠가 전철로 출퇴근하는데 편도 1시간반정도가 소요되는 거리이죠.

짱구아빠는 도쿄 도심에 위치한 중견종합상사의 초급관리직입니다.  그리고 근속년수가 10수년 정도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짱구네 집은 전철역에서 걸어서 20분정도 되는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역세권은 아니고, 동경도내가 아니기 때문에 대략, 느낌적인 느낌으로 지금시세로 약 5천만엔(5억원) 보시면 큰 무리가 없겠습니다.

일본 샐러리맨들은 연리 0.6%정도의 35년 상황조건의 주택론으로 집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5천만엔이면 상환이자를 더하면 상환총액이 대략 6천만엔이 조금 넘습니다. 30년으로 단순계산하면, 매년 2천만원정도 갚아나가는거죠.

연봉의 상승(그리고 일부 하강)곡선을 고려한다면, 직장생활 25년차가 넘어가게 되면 성실한 사람들은 대부분 론상환이 끝나게 됩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짱구들과 짱아들이 대학을 진학할 시기이기 때문에 짱구아빠들은 매년 2,3천만원씩의 학비를 감당해야 하므로, 5년은 더 성실하게 일을 해주셔서 합니다. 

그러면, 30년 인생이 지나면, 집한채가 남게 되고 짱구아빠는 정년퇴직을 눈앞에 두게 됩니다. 그래도 대학을 졸업한 짱구와 짱아는 훌륭한 샐러리맨으로 성장했으니까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직장생활하는 장단점을 말씀드려보았습니다. 아주 분명하게 일본회사는 안정성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일본 대학에 대해서도 관련하여 적어보려했는데, 굳이 길게 서술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일본대학으로 진학하시면 일본 기업으로 취업하시게 될 가능성이 99%, 이상입니다.

 

일본사회는 한국에 비하여 안정적인 사회입니다. 이것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가치관과 목표에 따라 다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