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구 상인들

티타늄 강국, 일본

지팡구의 무역상인 2021. 1. 25. 15:07

운동선수에게 있어 지속적인 훈련과 기술 습득(교육)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소프트웨어의 장착과 업그레이드는 선수의 역량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운동선수에게 있어 무시 못하는 것이 하드웨어죠. 차두리에게 나가 떨어지던 독일선수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축구 좋아합니다.)

모든 기계제품에 있어 설계기술은 중요합니다. 효율과 안정성이 여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기계를 축구선수에 비유한다면, 설계기술은 기술과 훈련입니다. 한편, 하드웨어는 재료기술입니다. 어떤 재질을 선택하는냐에 따라 기계의 수명과 안정성, 뿐만 아니라 성능도 달라집니다. 기계에게 있어 재료는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입니다.

티타늄이란,

티타늄은 금속재료중에서 최고의 강도를 보유하고, 발군의 내식성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금속의 이름도, 그리스신화의 타이탄이라는 무지막지하게 강력한 하드웨어를 보유한 신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티타늄은 지구상에 약 0.6% 존재하며, 이는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 중 9번째로 많은 수치입니다. 알루미늄이나 철의 존재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실사용이 가능한 금속재료중에서는 알류미늄, 철, 마그네슘 다음으로 많은 4번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친숙하고 흔한 금속이라는 뜻인데, 일반적으로는 동이나, 아연, 납과 같은 금속보다 희귀한 자원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테인레스강의 주요 첨가재료인, 크롬이나 니켈과 같은 금속과 비교한다면, 수 천배, 수 만배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티타늄이 많은 부존량에도 불구하고 사용이 제한적인(비싼) 이유는, 광물에서 티타늄을 제조하는 과정의 코스트가 높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값싼 제조공정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는 뜻이며, 만약 경쟁력있는 제조공정이 개발된다면 티타늄의 소요량은 대폭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티타늄 제조공정

출처 : 위키피디아

 

현재 티타늄은 크롤법 -사염화티타늄(TiCl4)의 마그네슘 열환원법 - 이라는 공법에 의해 제조되고 있습니다. 철강재질의 반응용기 안에, 사염화티타늄(중간원료)와 마그네슘(환원제)을 800~1000도의 고온에서 반응시켜, 스폰지형태의 고체 티타늄(스폰지티타늄)을 제조합니다. 환원공정에서 얻어진 스폰지티타늄은, 용해후, 가공을 거쳐 압연제품(잉곳 등)가 됩니다.

출처 : 일본제철

 

이 환원 및 분리 공정의 생산성이 극히 낮은 이유로 인해 티타늄의 생산비용은 굉장히 높습니다. 현재의 기술로는, 10톤 정도의 스폰지 티타늄을 얻기위해 열흘 이상 이 공정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철장제품이나 알루미늄제품은 몇 시간이면 수십톤씩 생산이 가능합니다.) 또한, 환원제로 사용되는 마그네슘은 환원반응 후 염화마그네슘으로 변하는데, 이를 다시 강한 전력을 걸어 강제 분리(전해법)을 통해 마시 마그네슘으로 재생, 재사용합니다. 이 과정에 막대한 전력이 소비된다고 합니다. 긴 생산시간, 낮은 수율, 높은 에너지(전력)이 사용되는 고비용 3종 세트 공법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네요. 현재, 티타늄 1톤을 생산하는데 약 천만원 이상의 제조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일본, 티타늄 강국

일본은 세계적인 티타늄 생산국이며, 티타늄 생산과 연구개발에 있어서도 탑클래스의 국가입니다. 연간 세계 스폰지 티타늄 생산량은 약 18만톤 정도인데, 일본은 4만톤(약 24%)을 생산하고 있고, 이는 중국(35%)에 이어 세계 2위의 점유율입니다. (물론 제품의 품질은 중국산을 능가합니다..)

일본은 티타늄원광을 전량 수입하고, 높은 임금과 비용을 발생하는 국내에서 환경규제를 다 지켜가면서 생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티타늄 강국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네요. (참고로 저는 중국에서 제일 큰 티타늄 생산공장을 다녀온 바 있고, 한국에서 제일 큰 업체도 나름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생산된 스폰지 티타늄은 상당한 양이 그대로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로 다시 수출되기 때문에, 실제 일본에서 생산되는 티타늄 잉곳의 양은 약 1만5천돈 정도로 줄어듭니다.

항공기 산업의 핵심

티타늄은 항공기의 핵심 소재입니다. 실제 티타늄 수요의 절반 이상이 항공기산업입니다. 항공기에 사용되는 티타늄의 대부분은 고강도의 합금제품인 Ti-6Al-4V입니다. 업계에서는 소위 6-4티타늄이라고 부르는 재질이지요. 현재 약 8~9만톤의 티타늄합금이 항공기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처 : 보잉, 787드림라이너

 

최근, 항공기의 구조용 티타늄 부품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보잉의 중장거리 주력기종인 787드림라이너에는 티타늄 부품이 약 15%정도 채용되고 있는데, 이는 이전 기종들과 비료했을 때, 몇배(많게는 10배이상)나 많은 비율입니다. 항공기의 가격 경쟁력 강화와 비행능력 향상(연비개선)을 위해 이전의 747과 같은 점보기(대형기)를 중형기인 787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보잉은 경량화를 위해 CFRP와 티타늄 부품의 비율을 대폭 늘렸습니다. 이런 경향은 향후 더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티타늄부품의 비중은 점점 높아질 것입니다.

출처 : ATI

 

티타늄이 항공기의 구조용 재료로 채용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비단 강도가 높고 가볍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존의 알루미늄 합금(두랄루민 계열)에 비해, 열팽창계수가 CFRP와 비슷하여, 같은 구조용 재료로 사용하기에 적합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초저온(상공)과 초고온(엔진)을 동시에 견뎌야 하는 기체는 온도의 변화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데, 이 때 팽창하는 비율(열팽창계수)이 다르면 부품간에 어긋남(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787드림라이너는 미국과 일본이 공동개발(이라 쓰고 미국설계 / 일본하청)한 기종이라는 것입니다. 티타늄 친화적인 환경이네요.

싼게 비지떡, 돈을 쓸 대는 써야..

항공기의 대당 가격은 기종에 따라 다르나 중대형기는 대략 3~4천억 정도입니다.(A380은 4500억.... 재작년에 단종을 발표했지요....)

일본인들은 기계장치(자동차, 선박, 비행기 등)의 가격을 설명할 때, 킬로그램 단가라는 개념을 종종 빌려씁니다. 이를 통해 비행기의 단가를 표현해보자면, 자동차(보통 1~2톤)는 2~5만원인데 비해, 항공기(200톤)는 100~200만원입니다. 고급차인 렉서스와 비교해도 몇십배 비싼 재료를 사용해도 채산성이 확보된다는 뜻입니다.

출처 : 닛케이 비지니스

 

하여, 항공기업체, 그리고 항공기를 운영하는 항공사들은 당장 비행기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안정성과 연비(런닝코스트)가 좋아진다면 더 좋은 재료(비싼 재료..)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습니다.